[선한결의 중동은 지금]파키스탄, IMF서 60억달러 구제금융 받는다

입력 2019-05-13 13:21   수정 2019-05-13 13:23

39개월에 나눠 받는 프로그램 합의
IMF "파키스탄, 시장결정환율제 도입할 것"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약 3년간 60억 달러(약 7조980억원) 규모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IMF는 12일 “파키스탄 당국과 3년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놓고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며 “39개월간 60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웹사이트 성명을 발표했다. 구제금융 합의안은 IMF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압둘 하피즈 샤이크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12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적자가 계속 부풀어오르는데다 외환보유고는 충분치 않고, 기존 외채가 많아 우방국에서 대출을 끌어오는 것 만으로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구제금융은 세계 투자자들에 파키스탄에서 경제 개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도 높은 경제 구조 개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간 IMF 구제금융 도입을 주저해왔다. 이미 IMF 구제금융으로 약 58억 달러를 빚진 상태인데다 민족주의 정치진영 등에서 IMF는 미국이 지배력을 넓히는 수단이라며 구제금융을 반대해서다. 파키스탄 정부가 사실상 환율을 관리하는 기존 체제에 손을 대야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8월 출범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작년 10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세부사안 협상을 주저하면서 도입 시점이 늦어졌다. IMF 협상단은 지난 12일 파키스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비평가들은 칸 행정부가 IMF 구제금융 여부를 놓고 시간을 쓰느라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1월 IMF 구제금융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각각 60억달러와 62억달러 규모의 차관 또는 원유를 지원받기로 했다. 지난 2월엔 중국으로부터 25억달러를 긴급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제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파키스탄은 작년 대비 물가가 8% 이상 뛰고 루피화 가치는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환보유고는 2개월간 수입 대금을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이크 재무장관은 “연간 채무 상환에 120억 달러(약 14조원)가 필요한데 여력이 없다”라며 “이번 IMF 구제금융 이후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으로부터도 3년간 20∼30억달러를 더 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제금융 프로그램 도입에 따라 파키스탄은 각종 경제 혁신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IMF는 파키스탄이 시장결정 환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현재 부분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IMF는 파키스탄이 시장결정환율제를 채택하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IMF는 “시장결정환율제는 파키스탄 금융 부문의 기능을 돕고 경제 자원 배분을 효율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 재정을 개선하고 공적 부채를 줄이기 위한 경제 개혁도 추진한다. 세금 면제층을 줄일 계획이다. 파키스탄은 세금 부과층이 세계 최소 수준인 국가다. 총 인구 2억800만명 중 소득세를 내는 이들이 100만명 수준에 그친다. 공공기업 관리 개선, 제도 강화, 자금세탁 방지 등도 추진한다. 로이터통신은 “IMF는 파키스탄 국제항공, 파키스탄 제철소 등 몸집 큰 국영회사의 사유화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적거렸던 칸 행정부도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려는 분위기다. 지난달엔 포퓰리즘 정치인으로 꼽히는 아사드 우마르 전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샤이크를 임용했다. 중앙은행 총재는 기존 타리크 바즈와 대신 IMF 경제학자 출신 레자 바키르를 앉혔다. 세무당국 수뇌부도 물갈이됐다.

파키스탄은 재정·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진 데다 발전소, 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하느라 막대한 부채를 안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과 관련해 620억 달러(약 73조2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왔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지난 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파키스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6%로 목표치(4.1%)보다 2.5%포인트 높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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